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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불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암전된 방 안에는 야광 별 스티커가 천장에 붙어서 은은히 빛내고 있던 화면에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가득했던 장면이 흘러갔다.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 누구였더라.

 


 드르르륵....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서는 푸른 꽃밭과, 푸른 초원과 함께 보이는 푸른 바다 등 찰칵, 카메라 소리와 함께 풍경이 보여지며 바뀌었다.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된 것같은 어두운 영상과 함께 언젠가 둘이 나눴던 말이 그 순간 상영되었다.


 분명 익숙한 사람인데.

 


드르르륵...

 


'ㅂ>;*×문@;'ㄷ;•€°+ 나는 너를…'


찰칵.

[ 지구멸망사망계획 ; 地球滅亡死亡計劃 ]
w. 산귤림, 박문대×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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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입니다. 한국천문연구소에서 오는 18일 지구 상공에 소행성이 떨어질 것이라 예보했습니다. 연구소장인 최××씨는 태평양과 미국을 향해 소행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으며 지금 보이는 기사는 한국천문연구소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오는 18일 나카(NACA)에서 소행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삑.

 


리모컨 조작음과 함께 대한민국이 엄청난 여파에 휩쓸리기 전 흘러나왔던 속보가 회의실 안에 울려 퍼지고,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던 우리는 유성이 떨어지던 당시를 회상했다. 배세진은 얼굴이 빨개진 체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차유진은 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스크린에 출력되던 영상을 바라봤다. 선아현과 김래빈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류청우는 리모컨을 들고 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던 나는 이세진과 눈이 마주쳤다. 이놈도 같은 생각이겠지.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것은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굳은 얼굴의 이세진과 몇 초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내가 먼저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성이 떨어지기 전날인 지난 17일, 테스타는 해외 투어 중이었으며, 유성 충돌의 피해가 고스란히 대한민국에 올 것이라는 입장에 재난안전관리본부에서는 대피 명령이 떨어져 한국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이민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테스타의 가족들, 그리고 큰달은 무사히 대피했지만, 그 외 저소득층과 노약자들은 대피하지 못하고 그 땅에서 피해를 크게 입었었다.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했으며, 많은 사람이 고향 땅을 떠났고, 많은 사람이 고향 땅에서 죽었다. 

 앞으로 몇 주 후 더 커다란 유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스크린에서 출력되고, 그 말을 끝으로 리모컨을 통해 스크린의 영상이 꺼졌다. 류청우는 화면이 암전됨과 함께 일어서서 말했다.


 "나는 앞으로 테스타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앞으로 이어질 유성 충돌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류청우는 말을 하다 말고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이제 더 이상 활동하면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어. 서로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렇지? 또다시 나를 보며 얘기하는 류청우였다. 젠장, 이러면 나 혼자 의견 낸 것 같잖냐. …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류청우의 말을 끝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멤버들. 다행히 모두 납득하는 것 같았다. 


 "저," 김래빈이 조용히 혼자 생각하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저희는 흩어지게 되는 겁니까? 지금으로써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청우 형님께서 해체라는 것을 그룹으로써의 해체라는 말로 하신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김래빈은 정곡을 찔렀다. 류청우는 직접적으로 꺼넨 김래빈의 말에 조금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 래빈이가 말했듯이 …죽을 때는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죽는 편이 낫지 않겠어? 나는 가족과 함께 살기로 했어. 문대는 류건우씨가 준비해준 오피스텔에서 지내기로 했고. 너희들도 그편이 낫겠지."

 "나, 나는 아무래도 부모님이 데리러 오신 댔어..!"

 "…나도 엄마랑 같이 있어야지. 집에 뭉게도 있고 말이야."

 "Ohhh, 그럼 나도 가족들이랑 같이 살아요! Ummm, 김래빈도 같이 살래? 아니, 살아요!"

 "차유진 바보야! 무턱대고 그렇게 정하면 어떡해! 나도 할머님이나 부모님, 누님한테 내 사정을 알린 후에 어떻게 할 건지 미리 상의하고 해야지!"

 "김래빈 너무 딱딱해~. Just jock~"

 "뭐, 뭐?!"

 


 다행히 마지막까지도 침울하지 않고 시끌벅적하게 마무리하는 분위기였다. 차유진, 일부러 저렇게 굴은 거겠지. 눈치 빠른 놈. 나는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입가에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무래도 마무리는 우울하고 침울하게 맺는 것보다는 웃으면서 헤어지는 게 좋겠지. 그게 더 속 시원하게 헤어지는 거겠지. 옆에서 그 꼴을 지켜보던 중, 갑작스레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놈이 손을 들고 환한 얼굴로 내게 다가오더니 어깨동무하며 외쳤다. 


 "나는 문대문대랑 같이 살래~"

 "너 그거 불효다."

 "그치만 문대문대~, 세진이는 우리 문대문대랑 같이 있으면 지구 멸망도 막아줄 것 같단 말이야~."

 "누가 우리 문대냐."


 이세진은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하며 바싹 붙어선 내 머리카락에 볼을 비벼왔다. … 이거 혹시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세진의 표정을 바라보면, 근심거리 없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이미 제가 하려는 일에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듯한 제스처. 나는 혹시, 라는 생각에 이세진의 상태창을 열어봤다.


 ' 추진력 +100% ' 활성화.


 아, 젠장. 이러면 이세진을 말릴 수 없다. 말리게 된다면 오히려 더 악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문대문대, 문자 내용 볼래?"


 이세진은 괜히 착잡해져서 '티벳 표정'을 짓던 내 얼굴을 보곤 급하게 아차, 하며 급하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내 낯짝에 들이밀었다. 너무 가깝잖아. 나는 슬그머니 손을 밀어 보기 좋게 하고는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이세진과 부모님의 문자 내용이 띄워져 있었다.

 


'여사님~ 테스타 해체해서 각자 흩어지기로 결정났어욤ㅜㅜ'

'왠지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는데 넘 아쉽다 힝힝'

'엄마 근데 아들래미 그 꽃다발 머리 박서방하고 같이 살아도 돼요?'

'사실 청우형은 가족들하고 같이 있으라고 했는데 박서방이랑 같이 살고 싶어서요'

'엄마도 박서방 괜찮다면서요, 네?'


 "엄마는 박서방이면 우리 아들램 믿고 맡길 수 있어. 이 부분 보여? 우리 여사님도 허락하셨어 문대문대~."

 "…"


 이렇게 쉽게 허락하셨다고? 나는 나를 믿고 이 덩치 큰아들을 맡긴다는 내용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세진을 바라봤다. 바보같이 들뜬 이세진의 모습에 다시금 그의 제안을 생각해보았다. 집에 돌아오면 보이는 원룸의 풍경. 류건우가 원래 지내던 방과 오버랩 되었다. 그랬었지. 돌아오면 반기는 건 어둠 뿐이었다.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는 풍경이겠지. 이런 실 없는 것에 천천히 류건우의 기억을 흘려 넘겼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니까 하루도 빠짐없이 시끄럽게 사는 게 테스타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조용한 집에서 살 수 있겠는가. 그래, 너무 시끄럽지는 않더라도 반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이세진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혼자 살면 적적하기도 하고. 집에 곰돌이 하나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진짜?"


 이세진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그 말에 환히 웃으면서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가 입고 있던 청재킷에서 맡아지는 달콤한 섬유유연제 향이 내 코를 간지럽히더니 금세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러는 사이 이세진은 나를 꽉 껴안고 빙글빙글 돌렸다. 아... 어지러워. 나는 천천히 이세진이 나를 내려주니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휘청, 거리긴 했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이때만큼은 입에서 푸하하, 하고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었다. 아, 친구랑 같이 사는 건 처음인데 잘 해낼지 모르겠네.


 "Take your Star!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테스타였습니다!"


 와아아아 - !!!!


 힘차게 울려 퍼지는 함성. 눈물이 얼굴을 지배해서 울부짖는 사람도, 웃으면서 손뼉을 쳐주는 사람도 많았다. 찰칵, 찰칵. 펑. 카메라 소리와 드문드문 들려오는 익숙한, 나를 지지해주던 목소리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조금 울컥해서는 결국엔 다 같이 코끝이 시큰하게 울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회견장 아래로 내려왔다. 우리는 테스타로써의 마지막 공식적인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믿기 힘든 내용에 많은 사람이 당황하며 속상해했지만 그래도 지금껏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던 팬분들은 '지금까지 고마웠어 네가 내 별이었어 테스타' 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이어나갔다. 테스타 활동을 통해 얻은 저작권료와 공연료를 모아 사회에 기부도 했고, 테스타 공식 계정에 기부 증서를 올리는 것을 끝으로 SNS 활동도 공식적으로 마무리 했다. 연이어서 올라오던 뉴스가 점차 잠잠해지던 참에 그렇게 우리는 결국 헤어지는 날을 맞았다.

 


 "우우, 문대 형 message 읽씹 금지에요!"

 

 "그래. 간식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문대형! 지금까지 정말 감사했습니다! 항상 제게 좋은 피드백을 주시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시고 좋은 칭찬해주셔서 정말 힘이 되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 다면 차후 제가 음악 샘플을 형님께 보내게 된다면 감상평이나 피드백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메일 주소는 형님이 아시는 그 주소 계속 사용할 예정입니다!"

 


 차유진의 투정거리는 말이 이어졌지만 나는 이어서 말하는 김래빈의 속사포 랩같은 말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김래빈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김래빈은 내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었으니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대답했다.

 


 "그래. 언제든지 연락해라."

 "감사합니다! 우선 그럼 최근에 작업했던 이 곡부터 피드백 주실 수 있으십니까? 시간적 여유가 생겨 평소랑 다른 프로그램으로 작업해보았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고 악기들의 소리가 다 달라서 사용하는데 버벅임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즐겁게 작업했었습니다! 문대 형님도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따로 말씀해주세요!"

 

 "… 그래, 연락 자주 하고."

 

 "…!! 네!"

 


 김래빈의 열띤 부탁에 고개를 재차 끄덕였다. 반짝거리는 그 두 눈에는 테스타가 결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때. 마법소년 앨범을 작업하던 때와 같은 열정과 반짝임이 담겨있었다. 사기 당하지 말라고도 말할 걸 그랬나. 나는 천천히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돌리면 막내들 옆에서 홀로 우물쭈물하며 오래간 날 기다린 그를 마주했다. 

 "무, 문대야 수고 많았어. 보고싶을 거야 …덕분에 재밌었어."

 


 선아현은 내 손을 두 손으로 꼬옥 잡더니 그 특유의 사슴같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래, 재밌었다면 다행이다. 라는 말이 입에서 나와야했지만 차마 뱉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이 있었으나 여기까지 내 덕에 따라온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차 기특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내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생각을 빠르게 정리하며 선아현에게 말했다.

 


 "고맙다. … 보고싶으면 가끔 놀러오던가."

 

 "… 그, 그래도 돼?"


 나는 이세진을 흘끗 바라봤지만 이세진은 오히려 기꺼운듯 옆에서 케리어를 끌고 나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아현아현~ 하고 어김없이 어깨동무를 하고선 이 형님 없으면 어떡하냐~ 라는 말을 했다. 그래, 이세진 이자식은 사람이 덜 있는 것보다 사람이 많으면 더 좋겠지. 

 


 "건우 형."  그리고 이제는 조금 낯설어진 이름으로 다가온 녀석은….


 "왜 또 형이냐."

 

 "그냥. 헤어지고 나서 류씨 집안 사람들한테 돌아가는데 형도 우리집 사람이잖아. 그리운 가족품으로 돌아가는데 긴장 돼서 미리 적응 좀 하게."

 "…."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방금까지는 나의 어린 사촌 동생이었지만, 이어진 말에는 테스타의 리더가 있었다.

 "문대야, 지금까지 고마웠다."

 "형도요. …시간 나면 나중에 한 잔 해요."

 "그래. 잘 지내고."


 류청우는 내가 눈치챈 걸 알고 작게 웃으면서 다시금 호칭을 바꿨다. 이 자식도 알아서 잘 지내겠지. 덧붙인 말은 그냥, 그냥 한 말이다. 그냥. …그리고 귀신같이 그 그냥 할 말에 달려온 사람이 류청우의 뒤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니, 그냥 타이밍이 절묘했던 건가.

 


 "…박문대!"

 

 "네, 형."

 

 "앞으로 잘 지내. …이세진 너도."

 

 "에이, 형님도 참. 제가 애인 줄 아시는 거 아니에요? 당연히 잘 지낼 생각이죠~. 형님도 잘 지내세요."

 

 "…그래."

 


 배세진을 마지막으로 이세진이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마쳤는지 와서 내 옆에 섰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현관 중문에서 바라본 임시적으로 지냈던 숙소를 바라보았다. 항상 꽉 차있던 집 안의 살림 살이 중 대부분이 비워져 텅 비어 있는 것을 보니 조금 가슴 한 켠이 아려 왔다. 그 짧은 시간에 정이라도 들었나.

 그렇게 우리는 나 뿐만 아니라 모두 섭섭한 기분으로 테스타를, 숙소를 떠났다. 모두 이 기회를 통해서 아이돌 활동이 아니라 다른 무언갈 더 얻고 다시 모이겠지. 저승에서도 테스타는 하나로 모이려나.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이세진과 나는 큰달이 준비해준 집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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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타를 떠나기 몇일 전, 큰달은 딱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파트 방 하나를 구해다 주었다. 방 세 개, 화장실 하나, 거실과 주방으로 이뤄져 있는 그곳은 지금 텅 비어있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해 짐을 풀게 된다면 텅 빈 방도 금세 좁아 보일 것이다. 

 나는 운전 면허증을 따고, 새로 외국 계좌를 팠다. 몇 년만에 잡아보는 운전대인지. 새로 산 차에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달려있는 핸들이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부드럽게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라 집으로 이동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짐을 풀기 전 가구점에 들를 생각이었다. 침대와 소파, 그리고 전자기기 등 생활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생활용품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대문대, 가구는 심플 is 베스트. 알지?"

 

 "어. 안그래도 블랙 화이트 톤만 알아봤었다."

 

 "크.. 세진이랑 문대문대는 너무 잘 맞는다니까? 문대문대는 어떻게 세진이의 마음을 이렇게 잘아는 건지…. 곰돌이 쪼금 감동일지도ㅋㅋ."

 

 "어 ㅋㅋ 그래. 계속 감동해라."

 


부웅 ─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 운전을 하던 도중 왼편을 슬쩍 바라보니 차에 탄 이후부터 지금까지 온종일 떠들던 이세진이 입을 다물고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곳에 존재했다. 앞으로 많이 볼 사이였고, 지금까지 많이 봐 왔고,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낯선 모습이었다. 어떤 고민을 하는 걸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 뒤에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나는 휴대폰을 들어 직선 코스에서 핸들에서 잠시 손을 때 이세진을 담았다. 찰칵, 소리가 제 옆에서 들리자 이세진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뭐야~. 하는 말과 함께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문대문대, 내가 그렇게 찍고 싶었어?"

 "아니, 풍경이 예쁘길래."

 "아~ 얼마나 예쁜 풍경이 있었길래 박문대가 운전을 다 하면서 사진을 찍으셨나? 어디 한 번 보자."

 "아, 진짜."


 손에 핸들을 다시 쥐었기에 내 휴대폰은 쉽게 내어졌다. 이세진은 내 휴대폰 잠금을 풀고, 내가 찍은 사진을 보더니 입에서 당황하는 소리를 뱉었다. 어, 그러니까 이게. 하는 말을 반복했었다. 차가 바람을 가르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정면을 바라보는 나의 귓가에 붉은 기가 올랐고, 힐끗 바라본 이세진은 토마토처럼 붉게 물들어있었다.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 녹음이 펼쳐진 풀밭과 그곳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턱을 괴고 앉아있는 이세진의 모습. 그의 머리칼은 차창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잔잔한 표정과 흰색 티를 입은 그는 그 어떤 것보다도 푸르렀다. 그리고 그 사진의 주인공이 붉게 타오른 것 또한 박문대의 작품이었다. 그것이 박문대가 바라보는 이세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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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D-10

 

 몇 일 후에는 텅 비어있던 집 안은 둘의 취향인 깔끔한 가구들로 가득찼다. 흰색과 검정색은 너무 칙칙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가구들을 많이 배치했었다. 집 안의 전시장에는 우리의 업적과 트로피들을 모아두고 말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모여있으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멤버들의 말에 떠밀려 가지고 있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가구들 중 하나인 침대 위에 우린 서로를 마주보며 누워있다. 천장에는 가구를 사러 갔던 날 신나서 샀던 야광 별 스티커가 하늘을 꽉 메우고 있었다. 어둑해진 저녁에 불을 끄면 침실은 마치, 밤하늘 같았다. 그리고 지금 마주보고 있는 그 두 눈동자에도 반짝이는 별들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웃는 낯이 이리도 반짝였던가.

 


 "문대야."

 "왜."

 

 "우리 꽃 보러 갈래?"

 

 "언제, 내일?"

 

 "유성 떨어지는 날. 낭만적이지 않아? 꽃 밭에서 인생을 마무리 짓는다는 게."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침대에 눕기 전에 같이 영화를 보며 각각 맥주 4캔을 까서 마셔서 그런가 이세진은 볼이 발갛게 물들어서는 헛소리를 해댔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기분 좋게 마신 알코올이라서 그런가, 나도 취기 덕에 슬슬 웃음이 나왔다.

 

 

 "그럴까."

 

 "영화 같은 삶을 살아왔으니까 엔딩도 영화처럼 마무리 지어야지."

 

 

뚱하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나를 그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는 이세진의 모습에 파하, 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이세진의 머리카락을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듯이 손으로 벅벅, 쓰다듬어주었다.

 "너 그거 편견이야. 시간 늦었으니까 얼른 자기나 해."

 

 "웅."

 

 얌전히 눈을 감는 이세진의 모습이 귀여웠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그 빛나는 천장을 보던 나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 눈을 감았다. 이세진과 그런 마무리를 짓는 건 나쁘지 않겠네.

-

화면에 깜빡이는 10월 17일, D - 1

이세진, 내일 갈거지.


어디를?
 

꽃밭.
 

뭐?
 

가자며, 내일.
 

기억하고있었어?
 

어. 너 취해서 꼬장부린것도 전부.

 익숙한 목소리가 스크린에서 흘러내린다. 나의 얼굴은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에 감싸져선 스크린을 집중해서 응시하고 있다. 

 시트콤같은 우당탕, 쨍그랑, 하는 시끄러운 효과음이 스크린에서 흘러나오고 여전히 영사기는 돌아간다.
그런 장면은 스크린에서 전혀 흘러나오고 있지 않음에도.

 

 

-

 

 


10월 18일, 6시간 전

 

 


 달리는 차 안, 나와 이세진은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릿속에는 이곳으로 빨리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도착해서 그와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기 위해.

 

 이세진과 나는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이 죽음을 나와 너만의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

 

 


10월 18일, 3시간 전

 

 


 우리는 조금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칸나 꽃이 만발해있는 꽃밭 위에 올랐다. 딱 맞춰서 온 듯 아직은 푸르지만 살짝 붉은 기가 도는 하늘이 푸릇한 초록색 잎이 붉은 꽃과 함께 펼쳐져 있는 꽃 밭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구름도 껴있지 않은 맑은 하늘. 카메라를 들고 올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금세 곧 죽을 건데 뭘. 이라는 생각이 먹구름처럼 밀려왔다. 

 

 


 "문대문대~ 이쪽이야!"


 이세진이 상황과 맞지 않게 올라간 텐션으로 나를 불렀다. 그래, 너도 알겠지. 지금 이렇게 행복해야 이 죽음도 같이 아름답게 남을 수 있다는 걸.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마찬가지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고 칸나 꽃밭 사이를 거닐었다. 

 

 주위를 조금이라도 집중해서 살펴보니, 꿀벌들조차도 없는 이곳은 고요함의 극치에 달해있었다. 하늘에는 구름만 없을 뿐만 아니라, 흔히 지나다니는 새들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이세진과 나만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이세진에게 다가가니, 보이는 것은 칸나들 사이 우뚝 하나 서있는 벤치가 있었다. 어두운 밤색의 원목벤치.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라서일까, 이 벤치는 꽤 상처가 많이 나있었다. 그래도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폭삭 하고 바닥에 주저 앉을 뻔 했다. 그것도 재밌었을텐데.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며 작게 웃어보였다. 이세진은 내 옆에 앉으며 앞에 보이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바라보면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이 마치 초록색의 푸른 바다와 같았다. 

 

 


 "오기 전에는 마음이 복잡하더니 막상 오니까 좋네."

 

 "그렇지? 아무래도 이런 곳에 올 기회는 몇 없었으니까. 있다고 해도 자컨 찍고 리엑션하느라 정신 없었고."

 

 "그러게."


 유성 충돌까지 시간은 좀 남아있었기에, 거기서 이제 서로 할 수 없었던 시시콜콜한 대화들 이번에야말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게 되었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 우리 우정에 관한 이야기. 우리 집에 관한 이야기. 떠나보낸 추억에 불과하게 된 테스타에 관한 이야기. 실실 웃음밖에 안나오는 헛소리.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하늘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문대문대, 우리 저기로 가자."

 

 


 이세진은 이 말을 끝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늦게 오는 사람이 지는 거! 라는 말과 함께 푸른 바다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나와 이세진은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이 칸나 꽃밭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보이는 하늘.


 해가 지평선 너머로 천천히 넘어가기 시작한 때.

 전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나는 내 눈 앞에 서있는 태양보다 밝게 빛나는 이세진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세진은 꽃밭 위에서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아름답게 서 있었다. 

 그 뒤로 높은 하늘에선 천천히 떨어지는 유성우들이 존재했다. 

 아, 아름답다.

 내가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세진은 쏟아지는 유성을 깨달은 건지 내게 달려와 나를 꽉 껴안았다. 태양처럼 붉게 빛나던 너는…

 

 


5, 

 

입을 열고,


4, 

 

박문대, 


3, 

 

나는 너를 사랑했어.


2, 

 

이세진, 


1. 

 

드리워진 그림자.

나를 덮치는 커다란 나의 소행성.

그리고, 울 것만 같은 그 표정.

암전.

-

 

 까만 화면에서 크레딧이 올라온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일어나지 않는 건, 왜였을까.


 왜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 걸까.

 


드르르륵...

 


 여전히 영사기 소리가 영화관 안을 채우고,
 

 옆에 앉아있는 사람도 내 곁을 묵묵히 지키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화면에 비춰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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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 소리와 함께 상영기의 소리가 멈추고 화면이 암전된다.


옆에는 박수를 치는 나의 소행성이 여전히 앉아있었다.

 

 


"이야, 문대문대.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한 거야? 역시 박문대 뭐 이런 건가?"


fin.
 

이세진른 합작 - <세진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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